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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음악 서적

《내 남편 바흐》,허구이지만 리얼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안나 막달레나가 쓴 자서전이 아니다. 어런 황당무개한 일이 벌어진 데에는 사연이 좀 복잡한데 『내 남편 바흐』가 출간된 뒤 어느 독자분께서 이와 똑같은 소설이 이미 번역 출간되었다고 문의를 하셨고, 우물이 있는 집에서 확인 결과 씽크북에서 나온 소설 『나의 사랑 바흐』와 백 퍼센트 일치하다는 점을 발견하여 뒤늦게 부랴부랴 사과문을 올렸다. 출판사 측에서는 본문에서 일본어로 되어 있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지은이를 안나 막달레나 바흐로 넣어버리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되어 송구스럽다고 하였다. 학창시절 나는 이 책이 바흐의 전부를 말해주는 줄만 알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좀 더 자세한 정황을 알아보기 위하여 이 Barock가 리서치를 해 본 결과, 원본은 독일어이며 일본에서 1997년 『바흐의 추억』 (バッハの思い出)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최대의 출판사인 고단사에서 발행되었다. (고단사는 만화책만 내는 줄 알았는데 이런 학술지도 발간하는군.) "안나 막달레나 바흐/야마시타 하지메 옮김"이라고 적힌 이 판권에 한국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고단사 측은 작년, 그러니까 2001년에서야 다른 저자가 있음을 뒤늦게 알게되어 옮긴이와 상의 중이라고 답신이 왔다고 한다.


암튼 이렇게 일이 커지게 된 것은 사실 원래 저자인 에스터 메이넬의 실수가 큰데 그녀는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이 책을 무명으로 1930년 세상에 내놓았는데 예상 밖으로 책이 유명해지고 독일어로까지 변역이 되자 부랴부랴 자신이 저자라고 밝혔다. 독일 문학을 전공한 도쿄대 명예교수인 하지메는 지은이가 안나로 되어 있는 독일어본을 일본어로 그대로 번역하였고 『내 남편 바흐』도 이 일본어 판권을 고단사 동의 없이 그대로 옮겼던 것이다. 그리고 몇몇 기자들은 이걸 바흐의 아내가 쓴 책이라며 대대적인 선전을 하였는데 한일 양국의 출판사와 신문사로서는 이런 망신도 아닐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알만한 사람은 안다, 바흐 (부부)는 몇몇 편지나 서신 등만 남겼지 회고록이나 자서전 등은 일절 남기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렸던 나는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 사실조차 몰랐었다.



기사 원문 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020215/7788235/1 


기자가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라고 하길래 바흐 아내가 얼마나 글을 실감나게 잘 썼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나는 이 책이 색이 변해 누렇게 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하여 그 당시 내가 얼마나 바흐에 대하여 끈질긴 집착을 가졌었는지 여러분들께서는 짐작하실 것이다. 어찌되었든 대학 도서관에서 『나의 사랑 바흐』를 발견하여 읽어 보았는데 이쪽이 문학적 표현이 더 좋다는 어느 평과는 달리 『내 남편 바흐』에 길들어져 있는 상황에서 후자가 소설로서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게다가 후자를 더 선호하는 큰 이유는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컬러 화보가 짧은 설명과 함께 무려 16페이지나 된다는 사실이다. 바흐 당시의 생활상을 엿봄과 동시에 시각 자료를 통하여 안나가 들려주는 소설 속 이야기가 더 친밀감 있게 다가왔던 것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지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님을 나는 이 책을 통하여 깨달았다. (비록 에스터 메이넬이 스피타의 전기를 토대로 작성했다 하더라도) 이처럼 잘못된 방법으로 바흐의 생애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되어서 이걸 수습(?)하느라 이후 검증된 바흐에 관한 여러 서적들을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소설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그 당시 시대 배경이나 상황 등도 잘 묘사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결론은 바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이 책 혹은 『나의 사랑 바흐』를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곡이 탄생하게 된 에피소드, 소소한 일상,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음악가로서 감당해야 할 역할과 아내에 대한 사랑 등을 느끼고 싶다면 좋은 참고와 안내서가 될 것이다.그럼 마지막으로 『내 남편 바흐』의 목차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Ⅰ. 만남과 결혼
“막달레나 양! 당신은 이제 내 마음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부모님께서는 결혼을 허락해 주셨지만, 내 아내가 되어 주겠소?”

Ⅱ. 결혼 전

소년 시절의 제바스티안은 아주 멋진 소프라노 목소리를 가진 소년(boy soprano)이었다고 합니다. 그 아름다웠던 소리의 울림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Ⅲ. 신혼
나는 오르간을 연습하다 소리쳤습니다. “더 이상은 못해요. 못하겠다구요.” 제바스티안은 말했습니다. “바보 같으니라구! 여기가 교회만 아니라면 당신에게 키스해 주었을 텐데!”

Ⅳ. 라이프치히
“오랜 세월동안 당신의 금발은 나에게 태양의 빛이었으나, 이제 당신의 은발은 나의 달빛이라오. 정말 우리 같은 연인들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빛이 아니겠소!”

Ⅴ. 만년
긴 세월동안 요람을 비워둘 새가 없을 정도로 가족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서운 죽음의 손길이 작은 요람 속의 주인공들을 몇 번이나 슬며시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Ⅵ. 그의 음악
“지금 사람들의 귀에는 나의 음악이 잘 들리지 않을 거요. 그러나 언젠가는 그들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오. ” Ⅶ. 죽음 하루는 그를 쉬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자, “막달레나! 내 눈이 보이는 동안은 계속 써야 하오.”하고 대답하고는 가는 눈을 껌벅이며 나를 올려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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