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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의 이야기/보고 느끼며

이제서야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다


오늘은 미국으로 이주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만 개인사, 우리 가족, 미국과 한국 사회 등 정말로 많은 것들이 모르던 사이 순식간에 혹은 조금씩 변하였다. 가장 큰 걸 꼽으라고 하면 바로 스마트폰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2008년 초반에 티비에서 아이폰 광고를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아이폰을 직접 구매해서 써 보지는 않았지만. 


여태까지 어떻게 살아왔냐는 질문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겠다. 세월도 세월이거니와 속 시원하게 밝힐 만큼 부끄러웠던 지난 과거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나는 건강과 사람을 잃었었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 동안 자포자기하며 벼랑 끝에 내몰린 삶을 살아왔었다. 하지만 작년에 소장하고 있는 일본어 서적들을 번역해보자는 신년 계획을 세우게 되면서 나의 인생에는 희망의 빛줄기가 내리쬐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시작하게 된 평생교육원 공부. 어제 드디어 결실을 맛보게 되었다. 위의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에서 학교 부설 어학교육원이나 학원을 땡땡이 쳐가며 들었던 영어 수업이 전부였던 나, 미국 와서도 제대로 ESL 수업을 받지 못했던 나. 그래도 남들보다는 영어 좀 한다는 소리를 듣는 나이기에 사실 제일 마지막 코스인 테크니컬 라이팅을 지난 4월에 시작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보니 그야말로 앞이 캄캄했고 선생님께서 도대체 무엇을 요구하시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처음 과제를 내고 생각보다 괜찮은 점수를 받자 기분이 좋아졌고 하면 할수록 탄력이 붙어 영문법 오류도 이전보다 덜하고 요령도 생기니 점수를 잘 받는 건 물론이요, 선생님께서도 놀라운 성장이라고 칭찬해 주셨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평균 A는 받고 끝낼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테크니컬 라이팅 수기(후기?)가 되어버렸는데 나의 요지는 이렇게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니까 건강도 회복되고 무엇보다도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함께 새로운 목표를 또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는 것이다. 미국 생활 초반에는 음악 대학원 진학을 당연시 여겨 음악에만 몰두했었는데 현실과의 갭이 너무 크다 보니 갈등이 생겼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사건'이 터지면서 모든 게 완전히 정지되어버렸다. 아버지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나 자신이 독하게 마음먹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절망 가운데에서 죽을 날만 기다렸을는지도 모른다. 


죽음. 이 말은 안 쓰려고 했는데 과거의 나의 상태가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표현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다. 아무튼 오랜 기간의 방황 끝에 10년이 되는 요즘에서야 나는 제목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게 되었다. 평생교육원을 필두로 우선에는 정식 학부 과정에서 학업에 전념하고 싶다. 순서가 좀 뒤바뀌어서 아쉽긴 한데 그래도 뭐 기회만 제대로 잡는다면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학업을 왜 계속 할 것인지에 대한 이유와 계획은 예비 학생 카테고리를 참조 바란다. 


사실 우리 가족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사생활 관계상 이분들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그래도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타국살이란 정말 외롭고 어디 속 시원하게 하소연을 하기가 힘든데 그래도 가족이 함께 있으니 서로 의지가 되어 감사하다는 것이다. 신분, 집안 경제력, 직업과 관계없이 우리가 미국 생활 십 년을 함께 동고동락하며 버텨올 수 있었던 건 다 하나님의 은혜, 보살핌, 그리고 인도하심이다. 아무쪼록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날들이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있는 날 동안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꿈과 계획에 든든한 응원/지원군이 되어주어 남들이 보기에도 부끄럼이 없는 행복하고 정이 넘치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계획하여 실천하고자 하는 학업에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셔서 결코 인간의 판단이나 이성이 먼저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이 미국 사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데에 올바르게 쓰임 받는 초석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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