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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한국대표문학

한국대표문학 1권 - 김동인 편

1-3. 광화사(狂畵師)

▣ 줄거리
심산을 찾은 여라는 사람은 한 줄기의 샘물을 보고 한 이야기를 머릿속에 지어내기 시작하였다.

세종 성주의 때쯤에 솔거라고 이름 하는 한 화공이 있었는데 그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가장 추악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어서 장가를 들어 아내를 맞이하는 데에 변변히 실패하였다. 이러한 가슴 아픈 경험 때문에 그는 사람들을 대하는 거 자체를 극도로 꺼려하여 백악의 숲 속에서 숨어 지낸 지 근 삼십 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무수한 그림들을 그려보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마음속에는 좀 더 획기적인 것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욕망은 그를 미녀상(美女像)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사람과 세상을 멀리 떠나 살아온 그로서는 미녀를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세월만 무심하게 흘러갔고 수년이 지나도록 그는 아랫동이 밖에 완성하지 못 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 속에 도회를 배회하기도 하였으나 양갓집 규수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하인배나 하류배 뿐이었다. 우물 가의 계집, 심지어 친잠 상원의 궁녀들마저도 몰색 하였으나 미인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나선 길에 우거진 소나무 틈 사이로 한 처녀를 보았는데 그녀는 여태까지 다른 여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가까스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중 솔거는 이 처녀가 소경이고 어찌하다 시내를 따라와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불쌍히 여겨 자신의 집으로 인도하였다. 소경이다 보니 화공이 얼마나 추하게 생긴 사람인지 알 리도 없었다. 아무튼 솔거는 용궁 이야기를 들려주며 미처 아랫둥이밖에 완성하지 못한 그림에 소녀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밝을 때 천천히 그리겠다고 남겨둔 눈동자는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어제의 그것이 아니었다. 용궁을 생각해보라는 말에도 눈동자가 영롱하게 변하지 않자 그는 결국 역정을 내어 처녀의 멱을 잡고 사정없이 흔들고 놓았는데 그 충격으로 그녀는 그만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그림을 보고 아니 그림에는 이미 눈동자가 찍혀 있었다. 소녀가 넘어지는 순간 벼루가 엎어졌고 그 순간 먹물이 튕겨져 나가서 그림에 찍힌 것이었다. 그것도 소녀가 죽기 직전 자기에게 보여주었던 원망의 눈빛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수일 후부터 그 지역에서는 괴상한 여인의 그림을 들고 돌아다니는 늙은 광인이 생겨났고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그것을 고이 품었다.



1-4. 배따라기

▣ 줄거리

봄기운이 돋는 삼월 삼질, 대동강변에 첫 뱃놀이하는 날 주인공은 그곳으로 산보를 나왔다. 한참을 거닐던 중 어느 남자가 부르는 민요 가락에 이끌려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남자의 기이한 사연을 듣게 된다.


남자의 고향은 '배따라기' 민요의 본고장인 영유에서 이십리 길 남짓한 작은 어촌이다. 부모를 열다섯에 여의고 남은 가족은 곁집에 딴살림하는 아우 부처와 자기 부처뿐이었다. 이 형제는 그 마을에서 제일 부자였고, 고기잡이에도 능하였고, 무엇보다도 배따라기 노래 또한 제일 잘 불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불길한 조짐이 이들 형제에게 드리워지기 시작하였다. 


늠름하고 잘생긴 외모를 지니고 있던 그의 아우에게 아내는 늘 친절히 대해주었고 남자는 이를 늘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걸핏하면 아내를 구타하였다. 그리고 한날부터는 아우가 고을에 나가 잦은 외박을 하면서 첩을 두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자 아내는 아우가 고을에 들어가는 걸 벌레보다도 싫어하고, 동서에게까지 왜 말리지 않느냐며 서로 다투기도 하였다.


그리고 또 한날은 남자가 아내가 부탁한 거울을 사 들고 집에 왔는데 아내와 동생 둘 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 씩씩대는 걸 오해하여 둘을 내쫓게 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방 안에 들어온 쥐를 잡다가 이렇게 된 것인데 사태를 파악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다음 날 아내가 바닷가에서 사체로 발견되었고 동생은 그 충격으로 집을 나가버려 오랜 세월 동안 행방이 묘연하게 돼버린 것이다.


이후 동생을 가까스로 만나게 되지만 동생은 알 수 없는 의미 신장한 말만 남긴 채 또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다른 곳에서 동생의 배따라기를 들었다는 증언들도 나왔지만 그저 떠도는 소문일 뿐 남자는 그 길로 영영 동생을 볼 수 없었다. 아쉬움과 비통함을 담은 남자의 배따라기는 그렇게 해서 대동강변에 울려 퍼지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이 사연을 듣고 다음 날 강변으로 다시 나가보지만 이미 그 남자는 이미 떠난 뒤였다.



▣ 두 소설의 느낀 점

제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리고 돌발적인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알고 보면 내가 오해했던 부분들도 있을 테고, 그래서 괜히 역정부터 낸 게 아니냐고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저지르고 난 뒤라면 이미 늦은 것이다.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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