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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것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돈 모엔의 뮤지컬 시리즈 세 편

안녕하세요~, 음악과 책의 이야기로 여러분들께 인사드리는 Barock입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는 게 어느덧 독서의 계절 가을이 되었네요. 때맞춰서 독서 블로그를 잘 개설한 거 같습니다. 오늘부터는 주말이니까 포스팅을 크게 공들이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있었던 지난 과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시더라도 양해 바라고 끝까지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클래식 음악밖에 모르고 학창시절을 보냈던 저는 대학 입학하기 전 즈음에 아버지를 통하여 간접적인 제안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출석하고 있던 교회의 찬양팀에서 외부 사역을 위한 메인 반주자가 필요했는데 저에게 그걸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신 겁니다. 그러시면서 들어보라고 저에게 씨디 하나를 주시는데 그 앨범은 훗날 저의 삶을 거의 송두리째 바꾸다시피 할 정도로 저에게 있어서는 평생 간직하고 싶은 소장품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까지 우리 교회 찬양팀이 추진하고 있었던 이벤트를 잠시 나누자면 제가 살고 있던 지역에서는 최초로 두 작품을 이미 초연하여 올린 상태였습니다. 첫 번째 해에는 1부 예배 성가대와 두 번째 해에는 2부 예배 성가대와 찬양팀이 연합하여 찬양 축제를 연말에 했었는데 제가 그 제안을 듣고 받아들인 건 바로 두 번째 찬양 축제가 막 끝난 뒤였습니다. 그때까지 고 3 수험생으로서 수능 및 실기 준비에 바빴던 저는 그런 행사가 있다는 정도까지만 알았지 무슨 곡을 연주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과정이 끝나고 대학 입학이 확정되자 아버지께서는 외부 사역을 위하여 할 만한 사람이 없으니 저에게 귀띔하신 겁니다.


저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한 번 도전해 보겠다고 하였고 찬양팀에 계시던 임원진을 비롯한 싱어팀, 악기팀 모든 분들도 장래 유망한(?) 음대생 & 부모님과 함께 교회 출석 6년 차인 학생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흔쾌히 승낙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대학 입학 전 2부 예배 성가대 소프라노는 물론 찬양팀 단원으로도 발탁이 되었습니다. 물론 찬양팀에서는 단순히 외부 사역만 할 거라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했지만요.


이쯤 되면 도대체 무슨 작품을 공연하여 올렸다는 건지 궁금해하실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제목을 보고 바로 알아차린 분들도 계실 테고, 그래도 모르겠다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후자의 입장에서 설명을 보태어나가자면 우선 돈 모엔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는데, 이 분은 기독교 음악의 한 부류인 경배와 찬양의 세계적인 미국의 예배 인도자이십니다. "나의 가는 길" (God Will Make A Way)와 "나의 모습 나의 소유" (I Offer My Life)라는 유명한 찬양을 직접 만드시고 부르신 싱어송라이터이시기도 하고요.


돈 목사님(목회학을 따로 이수하지 않으셨지만 통상적으로 이렇게 불리므로)꼐서는 정규 앨범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앨범들을 호산나 뮤직 시절부터 내셨는데 그중 1994년 미국의 권위있는 기독교 음악상이라고 할 수 있는 도브 어워드에서 GOD WITH US로 올해의 뮤지컬 상을 받게 되면서 이 분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이 앨범은 다음 해 돈 목사님의 모교인 오랄 로버트 대학에서 천여명의 성가대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호산나 뮤직의 싱어팀들로 구성이 되서 기념 공연을 열었고 이 비디오는 현재까지도 유튜브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섬겼던 교회에서는 바로 이 GOD WITH US를 필두로 하여 그 후속작인 GOD FOR US와 GOD IN US까지 총 세 작품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뮤지컬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분장한 가수와 꾸며진 무대가 있는 형태가 아닌 칸타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앞서 언급한 오랄 로버트 대학에서의 공연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수들이 등장하고 안무가 곁들여지고 마지막으로는 성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왕관을 든 제사장 복장의 사람들이 등장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튼 위의 사진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모든 시즌에 연주할 수 있는 칸타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씨디를 듣고 또 들으면서 개인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신디사이저를 통한 합주나 싱어팀 연습 반주를 통하여 제가 여태까지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타교회에서의 무대와 혹독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저는 어느새 찬양팀 반주자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브라스를 제외하고는 메인, 스트링, 목관, 호른, 거의 다 해본 거 같습니다. 큰 규모에 비해서는 악기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에 (아니면 일부러 안 하거나) 저희 교회에서는 하는 수 없이 신디 사이저 여러 대를 두어 오케스트라 영역을 감당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도미하여 여러 교회를 섬겼지만 저는 저의 이러한 백그라운드에 대하여 전혀 공유를 안 했지만 어쩌다보니 할 사람이 없어서 성가대 반주 겸 찬양팀 반주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 앨범들을 듣고 있노라면 웅장한 사운드에 먼저 놀라게 됩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총보를 보고 왜 이렇게 음악이 단순하고 재미없게 만들어졌냐고 하시겠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사실 갓 시리즈의 노래들을 받쳐주는 반주의 묘미는 오케스트라라는 한 집단만이 만들어내는 게 아닙니다. (물론 오케스트라의 공도 큽니다. 호산나 인터그리티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스 파트의 화려함은 극치를 달리지요.) 한국 교회에서는 절대적으로 구분시켜 놓는 드럼을 포함한 밴드의 역할도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사실 성가대(전통음악) 따로, 찬양팀(실용음악) 따로 이렇게 구분 짓는 이상한(?) 풍습은 한인 교회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미국 교회의 문화도 아는 저로서는 참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가 없지요.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 나이면 어떻고, 취향도 어떻습니까. 우리가 어차피 천국 가서 할 많은(?)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찬양인데 지상에서 제대로 연습해두지 않으면 천국에서는 그냥 구경꾼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갓 어스 시리즈는 이렇듯 찬양에 대한 저의 시각을 넓혀주었습니다. 클래식밖에 몰랐던 제가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우선 이 시리즈가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두고 있으며 여기에 참여한 편곡자들 또한 성가곡 창작 분야에서는 다들 최고봉이기 때문입니다. 돈 모엔 역시 오랄 로버트 대학에서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수차례 연주를 통하여 저는 반주법을 어깨너머로 배우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갓 어스 시리즈는 얼핏 보면 송북에 나와있는 반주대로만 연주하면 될 거 같이 보이지만 제가 씨디를 계속 들으면서 분석해 본 결과 선율 같은 경우는 다른 악기와 중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피아노로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리듬 분할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기타와의 조합을 항상 먼저 고려했습니다. 기타가 없을 시에는 기타의 스트로크를 대신 연주해주었고요.


타교회에서의 공연


현재 찬양팀에서 함께 동역하시는 분들은 저에게 보이싱을 참 잘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게 뭔지도 모른 채 갓 어스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워십곡들을 접하면서 그냥 스스로 터득하게 된 건데 알고 보니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서 부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깔아주는 반주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물론 제가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건 아니고요. 저는 기본기만 탄탄하게 다져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에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지만 거의 메인으로 두고 있는 성가대 반주만으로도 저에게는 너무나도 벅찹니다. 대신 저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두 가지 영역을 모두 다 감당하고 있으니까요. 이건 결코 저 자신을 내세우거나 자랑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모든 건 하나님께서 태초부터 계획하셨고 걸음을 인도해주셨습니다.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지 간에 호흡이 다 하는 날까지 모든 성도님들과 함께 주님 한 분만을 높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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