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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의 이야기/음악인의 삶

바로크 음악, 현대인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과 책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나누는 블로그 <책벌레가 되고 싶은 여자> 주인장인 Barock(바로크)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클래식에 입문하던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바로크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하여 주로 즐겨듣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의 원래 전공인 작곡을 공부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1, 2학년 때에는 조성음악 내지 whole tone 음계로 곡을 쓰지만 3, 4학년이 되면 무조 음악을 써야 했기 때문이죠. 현대음악을 극도로 혐오하는 저는 필참해야 하는 현대음악제나 세미나도 선배들로부터 찍힘을 당하면서까지 불참하였습니다. 이러면 제가 얼마나 현대음악을 싫어하고 또한 저와 안 맞는지 아시겠지요. 이러듯 저의 귀는 조성음악, 그중에서도 각 성부간의 화려함의 극치가 조화를 이루는 바로크 음악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는 단순히 음악만을 소개하는 데에 그치기보다는 저의 강점인 글쓰기를 통하여 음악을 좀 더 지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음악은 장황한 설명보다는 듣는 게 우선이겠지만 이왕 듣는 거 음악이 탄생한 배경이나 에피소드 같은 걸 함께 공유하면 좀 더 쉽고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을 씀으로 말미암아 저의 글 실력도 덩달아 상승하게 될 것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알차게 제가 알고 있는 내용, 제가 모르고 있는 내용 모두 다 통틀어서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될 거라 믿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와 함께 17, 18세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볼까요?




1. 용어의 정의와 유래

바로크(영: Baroque, 독: Barock)라는 용어는 포루투갈어로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을 가진 바로코(Barroco)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 일그러진 진주란 단순히 진주의 모양이 울퉁불퉁하거나 못생겼다는 의미를 뛰어넘어서 17세기의 이전 시대였던 중세, 그리고 르네상스의 예술과 비교했을 때 좀 더 과격하고, 화려하고, 도전적인 등등의 상태를 안 좋게 비꼬아서 붙이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 들어서 바로크 예술이 재평가를 받으면서 앞에서 제가 잠깐 언급했듯이 화려함의 극치가 돋보이는 최고봉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중세 시대, 그리고 종교개혁의 르네상스 시대만 해도 모든 분야에 있어서 신의 존재와 권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어떠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신에게 도전하는 무엄한 행동이라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편견은 17, 18세기에 들어서 계몽사상 및 인본주의에 의해 새롭게 조명이 되었고 소수의 산유물로 여겨졌던 예술 분야가 점차 일반 서민층에게로 확대되는 성과를 일구어내었습니다. 그리하면서 자연스레 바로크라는 용어도 원래 가지고 있던 안 좋은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어떠한 시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참신함, 도전정신, 예술로 승화되는 화려한 장식 등을 내포하는 좋은 의미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2. 기간

제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음악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음악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크 음악은 대게 모노디 양식이 출현한 1600년경부터 J. S. 바흐가 사망한 1750년까지로 그 범주를 잡고 있는데 최근들어서 이 분류법은 초기, 중기, 후기로 더 세분화되어지고 그 시작점과 종결점도 방금 언급했던 기존과는 조금 다릅니다. 바로크 음악 위키백과 영문 페이지를 토대로 하여 그럼 지금 분류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설명은 최대한으로 간소화시키겠습니다. 


초기 (1580-1630): 악기의 사용이 르네상스 시대에 비해 좀 더 독보적이며 오페라가 탄생되었다.

중기 (1630-1680): 선율과 화성의 새로운 개념이 확립되었고 성악과 기악 모두 오라토리오, 칸타타, 합주 협주곡 같은 새로운 장르가 탄생되었다.

후기 (1680-1730): 바로크 음악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으며 음악가들 사이에서 (그 당시로서는 허용이 된) 표절이 많이 발생하였다.



3. 대표적인 작곡가들

3-1.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1567-1643, 이탈리아): 오페라의 창시자로 교회 음악의 개량에도 힘썼다.

3-2. 지롤라모 프레스발디 (1583-1643, 이탈리아): 평생을 오르간 주자로 활동하면서 오르간 음악 뿐만이 아니라 하프시코드 음악에도

                                                                                     그 토대를 확립하였다.

3-3. 하인리히 쉬츠 (1685-1672, 독일): 독일 교회음악의 아버지로서 독일의 전통적인 다성음악에 이탈리아의 극적인 요소를 더하였다.

3-4. 장 밥티스트 릴리 (1632-1687, 이탈리아→프랑스): 루이 14세의 전속 음악가로서 프랑스만의 독특한 서정 비극을 만들어내었다.

3-5. 디트리히 북스테후데 (1637/39-1707, 독일): 오르간 연주자로 명성을 날렸으며 그의 칸타타와 미사곡은 담백한 멋을 지니고 있다.

3-6. 요한 파헬벨 )1653-1706, 독일): 북스테후데가 북부 독일을 대표한다면 파헬벨은 남부 독일의 오르간 음악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3-7. 알켄젤로 코렐리 (1653-1713, 이탈리아): 협주곡의 3악장 제도를 확립시켰다.

3-8. 헨리 퍼셀 )1659-1695, 영국): 그의 실험적인 음악 덕분에 영국에서는 이후 퍼셀과 같은 본토 출신의 음악가가 없을 정도였다.

3-9. 프랑수아 쿠프랭 (1668-1733, 프랑스): 그의 클라브생 작품들은 악기에 대하여 얼마나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3-10. 안토니오 비발디 (1678-1741, 이탈리아): 협주곡을 다수 남겼으나 오페라, 칸타타, 오라토리오 등의 성악 작품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3-11.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 (1681-1747, 독일): 살아 생전 바흐보다 더 유명할 정도로 대중에게 더 친근감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

3-21. 장 필립 라모 (1683-1764, 프랑스): 클라브생 작품집, 오페라 등이 유명하지만 무엇보다도 현대 화성학의 근간을 이루었다.

3-13.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1685-1750, 독일): 바로크 음악을 집대성한 위대한 인물이다.

3-14.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1685-1757, 이탈리아): 2부 형식으로 되어 있는 하프시코드 용 소나타를 많이 남겼다.

3-15.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1685-1759, 독일→영국): 오페라 흥행에 실폐하면서 영국식 오라토리오의 새 장을 열었다.



4. 대표적인 음악들

제가 앞에서 바로크 음악 예찬론을 펼쳤지만 사실 제가 알고 있는 음악은 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곰곰이 따져보니 대부분 바로크 후기에 몰려 있더군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몇 세대가 지나도록 아직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면 그 음악을 통하여 우리는 그 당시의 시대 배경이나 상황, 혹은 작곡가의 정신세계와 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일 대중적인 바로크 음악을 몇 개 나열해 보겠습니다. 비발디의 《사계》, 파헬벨의 《캐논》,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나 《관현악 모음곡》, 헨델의 《수상음악》이나 오라토리오 《메시아》. 자, 어떠신가요? 제목만 봐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으신가요? 에이~,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하시다고요? (제가 사실 그렇습니다. ^^;;) 후자 쪽이라면 둘 중에 하나겠네요. 바로크 음악의 더 깊은 세계를 탐구하시는 분이시거나 언제까지나 초심자 모드로 위에 나열한 작품들에서만 그치거나. 부끄럽게도 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음악 감상을 유튜브에서 할애하고 유튜브에서 들을 수 없는 음악은 스포티파이에서 해결하곤 합니다. (여기는 미국이니까요.) 요즘은 시대도 좋아서 제목을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자동검색 기능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다 찾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선율밖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선율 검색도 가능하고요. 물론 영어로 비발디라고 검색하면 사계나 글로리아에 묻히기 일쑤이지만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어보시면 비발디의 주옥같은 아리아들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비발디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곡가들도 마찬가지인데 일단은 자동검색에 뜨는 작품들부터 하나씩 섭렵해 나가자고요. 그리고 감상의 포인트는 한 번만 들어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제 주관적 경험일지도 모르겠지만 바로크 음악을 포함한 모든 클래식 음악은 적어도 세 번 정도는 들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거 같습니다.



5. 현대 실용음악/재즈와의 연관성

이건 사실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고 음악을 좀 아신다는 분들께서는 다 공감하실 겁니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통주저음(basso continuo)인데 베이스라인에 숫자가 기입되어 있어서 숫자저음(figured bass)라도고 합니다. 바로크 음악의 총보(full score)를 보시면 베이스 파트에 대게는 제일 아래쪽에 자리하여 있는데 이 파트 밑의 여백에는 숫자가 기입되어 있습니다. 이 숫자는 바순, 첼로, 더블 베이스 연주자를 위한 것이 아닌 하프시코드와 오르간 연주자를 위한 것입니다. 앞의 세 악기는 기보된 음표대로만 연주를 하면 되니까요. 대신 건반악기 연주자들은 왼손으로는 이들과 똑같이 베이스를 연주하고 오른손은 기입되어 있는 숫자를 바탕으로 화성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내어 연주해야만 합니다.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파트입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통주저음은 건반악기와 베이스를 연주하는 선율 악기를 다 포함시켜 연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트리오 소나타 연주자는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요.






그렇다면 실용음악이나 재즈는 어떤가요? 교회에서 찬양팀 반주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코드 악보가 주어져 있다면 오선지 바로 위에 있는 코드대로 왼손은 베이스를 연주하고 오른손은 화성으로 채우곤 하지요. 여기서 말하는 화성이란 단순히 화음을 연주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주어진 화음 내에서 쉽게 말하면 에드립이나 대선율 같은 것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넣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더 깊게 파고들려면 한도 끝도 없기에 다음을 기약해보도록 하고 위의 악보와의 비교 차원에서 예시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떠신가요? 어느 쪽이 더 연주하기 쉬우신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바소 콘티누오 보다 코드 악보 쪽이 더 쉽게 느껴지실 거예요. 왜냐하면 코드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에 우리는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코드 악보에 나와 있는 기본 3화음 내지 부속 화음의 베이스 음은 그 코드의 대문자 혹은 소문자 알파벳이 결정합니다. 나머지 m이나 숫자는 오른손에서 결정이 되고요. 하지만 통주저음 악보는 어떻습니까? 베이스라인이 친절하게 있는 것까지는 좋지만 여기에 붙어 있는 숫자들로만 가지고는 오른손이 도대체 무얼 연주해야 하는지 한 번에 감조차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오랜 이론적 지식과 훈련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게 통주저음 반주인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바로크 음악을 들을 때마다 하프시코드나 포지티브 오르간(소형 책상 크기의 오르간)을 연주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존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알기론 대부분 피아노 하시다가 그쪽으로 넘어가신 거로 아는데 단기간에 반주법을 습득하셨으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지.... 저의 상상 그 이상일 것만 같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장르도 다르고 연주 방식도 다르지만, 왼손은 베이스를 연주하고 오른손은 화음이나 그 안에 걸맞은 또 다른 선율을 만들어내는 즉흥 연주 차원에서 이 둘의 관계는 미묘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바로크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기본 상식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아래 댓글을 주저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에서 성심 성의껏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바로크 음악이 가까이

느껴지신 분, 바로크 음악 마니아이신 분.

음악은 안 좋아하지만 제 글이 유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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